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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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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0002568763

구세대의 불공정을 청산하려다 신세대의 공정 뇌관을 터뜨린 모양이다. 새 법무장관 후보자보다 후보자의 딸이, 후보자의 자질보다 후보자의 자기철학과 배치됐던 처세적 흠결이 부각되었다. 언론은 보도를 쏟아냈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일종의 도덕 재판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또,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후보자에 대해 공세적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녀인 한 청년의 성적, 스펙, 사생활은 물론 생활기록부, 과거 인터넷에 올린 글 등이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스펙 획득의 과정이 일반인들의 눈에 생소했기 때문에, '공식적이고 합법적이더라도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방식이라면 비윤리적이다'라는 실망감을 표했다. 특히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했다. 후보자 본인도 공식석상에서 청년 세대에 대한 사과를 수차례 반복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사태는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사건의 발생이라기보단 해묵은 사회 문제가 되풀이 된 것에 가깝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말하지만, 국민 모두가 불쾌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능력에 따라"의 능력이 실상 "부모의 능력"이라는 점을 이번 사태에서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의문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 청년들은 이번 사태를 '공정'과 '불공정'이라는 키워드로 비판하면서, 경제적 역동성과 계층 상승 동력을 되살려내라고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을 한 후보자와 그 일가에 관한 미시적 문제로 보거나,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 및 진영 논리로만 소비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공정'만을 갈구하는 일부 청년들의 목소리에 의문이 든다. 과연 청년 이슈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이 한 개인의 문제에 국한돼 논해질 일인가? 청년이 처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담기에 공정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비좁지 않은가? 교육 격차로 인한 경제적 격차, 혹은 경제적 격차로 인한 학벌 사회의 문제는 분명 구조적 성찰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필자는 청년들이 불공정과 불평등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청년들은 자신의 불만을 공정의 언어를 통해 말했으나, 대다수의 불공정은 대개 철저히 계급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세대가 요구하는 공정이라는 것이 과연 적절한 표현인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모두가 '잘 키운 자식 하나'를 외쳤던 나라

석유 자원도 없고 기술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사람에 투자해 인적 자원 활용을 극대화 하는 것이 산업화의 유일한 길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평등하게 가난했기 때문에, '모두가 공평하게 하나씩 달린 머리를 키워 순위를 가르자'는 한국사회 전반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  

때문에 주로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대리 만족'이라는 개념으로 강하게 이어졌다. 기필코 내 손에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내리라 다짐하고, 자식이 고학력을 갖는 것이 유일한 가난 해방의 길이라고 믿었다. 남은 것은 교육에 가족이 총력전을 벌이는 일뿐이었다. '우골탑'이라는 말이 생기고, 군사정부가 사교육을 금지할 정도였으니, 학력 신장이 가난 탈출과 동의어라는 일반 국민들의 믿음과 욕망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가정 내에 수험생이라는 특수 신분이 창설되었고, 입시기간 때만큼은 수험생이 집안의 최고 권력자에 오르곤 했다. 공부와 관련된 것이라면 때론 부모가 스스로 자신의 권위도 내려놓고 자식에게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집안의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 빚어낸 '도련님, 공주님'들이 바깥에만 나가면 '세대 일반'으로 치환되면서 값어치가 폭락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모두가 '내 자식의 입신양명'을 위해서 가족의 모든 자원을 과잉 투자했으니, 다른 자식에게는 상대적으로 인색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기성세대는 자식 또래 세대에 속한 직원의 사회적 처우에 굉장히 인색해지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경쟁의 주요한 독립 변수는 집안 형편, 즉 계급이 결정하게 된다. 더 이상 노력과 능력으로 결과를 내는 시험이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계급이 시험 준비를 돕는다는 것은 성황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빈부격차와 교육격차는 서로 강하게 결합하여 대물림 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불평등과 계급 문제에 침묵하는 공정 담론

현 시국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청년들의 분노가 우리시대의 분배 상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일부 청년세대는 불평등을 지적하기보다 불공정에 의문을 표하며, 구조 차원의 문제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청년들은 "계급장 떼고 제대로 한판 붙자"며 불공정 문제에 목소리 높인다. 하지만 그들 또한 경쟁력 있는 개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가족 총력전의 결과물이자, 욕망의 산화물인 경우가 있다. 때문에 청년세대 자신도 알게 모르게 불공정 구조의 수혜를 받았다는 '불편한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장남의 교육을 위해 저학력의 늪에 빠지며 시골과 공장을 전전해야만 했던 이들이 있다. 또, 구의역이나 제철소에서 유명을 달리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학벌계급 바깥의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부 청년계층이 주장하는 '공정'의 언어로 담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를 볼 때, 공정 또한 결국 계급이 다른 사람들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가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촛불을 든 일부 청년들 역시 누군가를 외면하고 있다. 그들은 학벌 사회 내부의 공정에만 집중한다. 결국 그 촛불 청년들 또한 학벌 위계를 단단히 긋고,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소시민적 욕망을 솔직하게 개진할 수 없으니, '반칙을 저지른 자를 엄벌해달라'는 공정의 언어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오직 조국에게만 집중된 비판이 다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살면서 한번쯤은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가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려대학생이 동양대 표창장이 왜 필요하냐"라는 말을 아무런 의식 없이 내뱉는 기성세대의 안일함도 분명 큰 문제다. 그러나 교육격차, 계급격차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말하지 않으며 오로지 '내 학교'의 문제를 위해 촛불을 들고, 공정을 외치는 일부 학생들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결국 청년들도 이 구조의 참여자다. 기성세대처럼 굴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 누구라도 그 위치에 가면 비슷한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 바로 이 구조의 맹점이다. 따라서 불평등한 계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다면, 기성세대에게만 무제한의 비판을 가한다고 한들 이 문제가 풀릴 리 없다.

'나도 구조의 가담자'라는 자각
  
'자유경쟁'이라는 명목 아래 수십 년간 잠복해왔던 불평등의 실체가 드러났다. 조국의 위선을 지적하는 이들이 사실은 세대 간 위선을 방조했고, 세대 간 위선을 방조한 이들은 사실 기성세대 내부의 불평등을 방조했으며, 기성세대의 위선을 비난하는 청년들 또한 결국 자기 세대 내 불평등엔 눈을 감아왔다.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조국 사태와 그로 인해 시작된 소위 '명문대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20대의 '공정' 담론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청년세대가 삶의 의욕을 앗아가는, '무너진 사다리'의 잔해를 보고 분노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분노가 특정 정치세력에게만 편중돼 있다면, 그리고 절대적 격차를 도외시하고 상대적 박탈감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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