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모든 글을 자유롭게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쓰기
  • 목록
  • 아래로
  • 위로
  • 0
  • 에어보고
  • 2019.10.09. 17:04
  • 조회 수 0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0002576421
 

돌과 낫과 창

갑오농민에게 소중했던 것 그것은
한술의 밥이었던가 아니다
구차한 목숨이었던가 아니다
다 빼앗기고 양반과 부호들에게
더는 잃을 것이 없는 우리 농민에게 소중했던 것
그것은
돌이었다 낫이었다 창이었다.

고 김남주 시인의 <돌과 낫과 창>의 앞 부분이다.

5ㆍ18 이전 이른바 남민전사건으로 15년 실형선고를 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어 광주민중항쟁의 소식을 들었다던 그는 당장 돌과 낫과 창을 들고 광주 금남로에 뛰어가고 싶었지만 옥문의 자물쇠는 너무 견고했다.
 
1894년 동학도와 농민들이 돌과 낫과 창을 들고 궐기했듯이, 그 후예들은 같은 정신으로 신군부 민주주의 찬탈자들과 맞서고자 일어섰다. 그들에게는 낫도 창도 없었다.
  
 
전남대 정문에서 가톨릭센터까지 걸어 이동하기는 약간 먼 거리다. 하지만 약동하는 20대, 계절은 바야흐로 꽃 피고 녹음짙은 5월, 거기에 불의와 대결하는 신념에 가득 찬 청춘들의 발걸음은 빨랐다.

약 3㎞(전남대 정문→광주역→공용버스터미널→가톨릭센터)를 순식간에 달려온 5백여 명의 학생들은 피로도 풀겸 11시경부터 가톨릭센터 앞 금남로 도로상에서 연좌데모에 들어갔다. 학생들의 숫자는 5백여 명 선으로 불어나고 금남로 일대의 교통은 차단됐다. 연좌농성중인 학생들을 빙 둘러선 시민들의 숫자는 대략 2천 명 정도에 달하고 있었다.
 
연좌농성에 들어간 지 10분도 채 못 되어 대기 중이던 전투경찰들이 이들을 포위하고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대오는 급작스레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경찰에 의해 많은 숫자가 연행돼갔다. 경찰들의 태도 역시 엊그제의 횃불시위 당시와는 판이했다.

"곤봉세례와 군화발로 짓이기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면서 서서히 학생세력과 동화되는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위에 직접 합세하는 시민은 별로 없었다. 아직도 동정적ㆍ심정적 동화단계에 머물고 있었다. (주석 1)
 
역사는 종종 우연한 일로 얽혀진다. 가톨릭센터 앞 금남로 도로상에서 연좌데모를 하는 학생들은 여느 집회 때처럼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이날 경찰이 포악하게 대처했고 잔학스러운 태도로 나왔다.

'우연'이 아닌 '작위' 였다. 지휘부의 시나리오를 충직하게 시행한 것이다. 이날의 실황을 더 소개한다.
 
전투경찰의 완강한 저지를 받은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충장로 황금동 불로동을 무리지어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쳐댔다. 이날 시위대는 두 방향으로 나뉘었는데, 충장로 쪽으로 향한 시위대열은 황금동→수기동→광주공원→현대극장→한일은행4거리를 거치면서 5백여 명으로 숫자가 불어났고, 또다른 시위대열은 광주천에서 광주공고와 동구청을 돌면서 3백 명선으로 불어나 있었다.

양 시위대열은 곧 합류하여 공용버스터미널 로타리를 거쳐 시민회관 쪽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공용버스터미널을 지나면서 학생들은 각 지방(목포 여수 순천 해남) 주민들에게 광주의 시위사실을 알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영터미널 안쪽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포위되고, 터미널은 삽시간에 최루가스에 휩싸였다. 헬리콥터가 계속 공중을 맴돌면서 학생들의 시위현황을 무전으로 연락, 학생들은 경찰저지망을 뚫기가 힘들었다. 계림극장 부근까지 피신한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많은 수가 붙잡혀가고 폭행에 가까운 곤욕을 치르었다. (주석 2)
 
 
5월 18일부터 10일 간 광주에 동원된 군경은 1919년 3ㆍ1혁명에 참여한 조선민중을 학살한 일경ㆍ헌병부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는 상대가 이족(異族)이었지만, 광주에서는 동족 간이었다. 동족에 대해 그토록 야만적이기는 제주 4ㆍ3항쟁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학생 시위대가 터미널 로터리를 거쳐서 시민회관 쪽으로 쫓겨가는데 공중에서 헬리콥터가 시위대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시위진압에 헬기까지 동원된 것은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헬기에서 경찰 진압부대에 무전으로 시위대의 위치를 알리는 게 분명했다. 시위대 속에 섞여 있던 전남대생 임낙평(22세)은 낮게 날아온 헬기의 강한 프로펠러 바람 때문에 시위대가 견디지 못하고 흩어져버린다고 생각했다.
 
시위대가 소규모로 쪼개져서 비좁은 골목으로 숨어도 마치 손금 들여다보듯 곧바로 경찰이 나타나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헬기의 도움으로 경찰 병력의 이동도 신속해진 듯 보였다. 공중과 지상에서 서로 협동하여 시위를 진압하는 '공지(空地)협동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주석 3)
 
학생들의 시위에 헬리콥터가 동원되었다. '진압'에서 '전투'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다.


주석
1> 윤재걸, 앞의 책, 92쪽.
2> 앞과 같음.
3> 황석영 외, 앞의 책, 67쪽.
 

작성자
에어보고 84 Lv. (36%) 71179/72250EXP

아직도 에어보고 푸시등록 안하셨나요? 에보 회원이시면 꼭 등록 하셔야 됩니다.

에보푸시 등록시 커뮤니티, 공지, 라이선스변경, 레벨업, 쪽지 및 댓글시 알림 기능을 제공합니다.

 바로가기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추천과 댓글은 에보인의 소양입니다.
0%
0%
에디터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
0 수병 1명 숨진 '최영함' 사고... "해군, 부실 홋줄 5종 조사결과 숨겨" image 에어보고 0 4일 전10:04
0 그들은 왜 서초동에 나와 촛불을 들었나 image 에어보고 0 4일 전09:53
0 학생들의 시위에 군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추격하다 image 에어보고 0 4일 전17:04
0 촛불 관제동원이라는 박성중에게 팩트 확인했더니 황당한 대응 image 에어보고 2 4일 전16:09
0 [10/9]유시민,윤소하,장용진,김남국,윤근혁│김어준의 뉴스공장 image 에어보고 0 5일 전16:00
0 [오마이포토] 문재인정권 규탄집회 참석한 황교안-나경원 image 에어보고 2 5일 전15:52
0 양대노총-정의당, '문재인의 기업 프렌들리' 비판 image 에어보고 0 5일 전11:58
0 원희룡 지사 "제2공항 주민투표? 순서 바뀌어, 동의 못한다" 에어보고 2 5일 전21:53
0 패트 '사법개혁안' 발목 잡는 한국당? "90일 더 달라" image 에어보고 3 5일 전20:53
0 유튜버로 변신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왜? image 에어보고 3 5일 전17:51
0 박성중 "12일 서초동 집회 금지해야, 주민피해 심각...청와대로 가라" image 에어보고 3 5일 전17:00
0 이재정의원과 고등학생들이 만든 훈훈한 국감. 소방관 국가직화 응원해 image 에어보고 3 5일 전16:16
0 [정혜림의 발칙한뉴스] 검찰 불러다 대놓고 수사외압에 욕설까지? 자한당 여상규, 주광덕 image 에어보고 3 5일 전16:16
0 [10/8]최배근,하태경,최민희,김용남,류밀희│김어준의 뉴스공장 image 에어보고 3 6일 전16:00
0 9일 보수집회에 긴장한 종로구청 "문화재 침입하면 10분 안에 출동" image 에어보고 3 6일 전15:58
0 대전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수준 특·광역시 중 '6위' image 에어보고 3 6일 전15:07
0 안산시배달대행연합회 "이재명 경기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 image 에어보고 2 6일 전12:55
0 성남시 삼평동 판교구청부지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나서 image 에어보고 4 6일 전11:54
0 합참 "서해완충구역 작전·대비태세, 군사합의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 image 에어보고 3 6일 전11:03
0 이인영 "역대급 파렴치한 여상규, 고스란히 반사" image 에어보고 3 6일 전10:52